참신한 소재로 요리한 미스터리 스릴러…영화 '희생부활자'

연합뉴스 | 입력 10/10/2017 09: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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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어느 날, 길가에서 아들 진홍(김래원)을 기다리던 엄마(김해)는 오토바이 강도를 만나 무참히 살해당한다. 그로부터 7년 뒤, 죽은 엄마가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돌아와 부엌에서 요리한다.

 

그리고 진홍을 보더니 식칼로 공격하고, 진홍은 졸지에 7년 전 엄마를 죽인 진범으로 몰린다.

 

영화 '희생부활자'(RV·Resurrected Victims) 속 RV는 억울하게 죽은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초현실적 존재를 일컫는다. 서양의 좀비와 동양의 귀신과는 다른 존재다. 겉모습은 생전 모습과 같지만, 진범을 만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복수한 뒤 체내발화를 통해 소멸한다.

 

영화는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재료(소재)를 펼쳐 보이며 관객의 입맛을 돋운다. 시작과 동시에 살인사건과 RV의 등장을 거두절미하고 빠른 속도로 보여주며 긴장감과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러나 좋은 재료로 얼마나 잘 요리하느냐는 레시피(시나리오)와 요리사(감독)의 손에 달렸다. 이 영화는 '별미'가 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늘 먹던 평범한 식단에 그친다.

 

 



 

 

남편을 잃고 아들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엄마가 왜 갑자기 아들을 공격하는지 그럴듯한 이유, 혹은 반전의 이유를 흡인력 있게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소재만 초현실적인 뿐, 전개 방식은 기존 범죄수사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정원과 경찰, 검사인 진홍이 각자의 방식으로 7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은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 RV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수사권 독립을 외치는 경찰은 검사 진홍이 진범임을 입증하려 든다. 반전을 의식한 듯 줄거리의 실타래는 복잡하게 꼬아놨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데는 특별한 추리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 마지막 종착역에서 마주친 진실은 '뜻밖에도' 고전적인 주제다.

 

이 영화는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박하익 저)가 원작이지만, 죽은 엄마가 살아와 아들을 공격한다는 큰 줄기만 가져왔을 뿐 세부적인 설정이나 결말은 곽경택 감독이 사실상 새로 썼다.

 

 



 

 

비가 오는 날, RV가 등장한다는 설정도 곽 감독의 아이디어다. 생명체의 근원이 물이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장면에서 비가 내리고, 화면은 시종일관 어둡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감정도 넘쳐 흐른다. 죽은 엄마를 향한 아들의 죄책감과 그리움, 아들을 잊지 못하는 절절한 엄마의 모성까지 차고 넘친다.

 

곽 감독은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이 영화의 주제(모성애)를 놓고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머리를 싸매고 아무리 고민해도 이런 주제로 끝내야지만, 작가로서 당위성이 유지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들 역을 맡은 김래원,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은 제 역할을 무리 없이 해냈다. 15세 관람가. 10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