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서 '인류 달 거주' 위한 새 우주복 개발하는 김경재 박사

연합뉴스 | 입력 07/17/2019 09: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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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박사가 미국 휴스턴 NASA 존슨 스페이스센터의 중성부력실험실(NBL)에서 실험하고 있다. [김경재 박사 제공]

다양한 우주임무 수행하고 장기 착용에도 부상 없도록 설계

 

1969년 7월 최초로 인류를 달에 보냈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50년 만인 지금 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으로, 50년 전 인류를 달에 보내는 사업에 이름을 빌려줬던 태양의 신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첫 목표는 2024년까지 달 표면에 첫 여성 우주인과 다음 남성 우주인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당초 2028년이 목표였으나 올해 3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4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아르테미스가 아폴로 계획과 차별화되는 결정적 지점은 인류의 달 '거주'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머물기 위해 달에 간다'(We are going to the Moon to stay)는 NASA의 슬로건이 이를 잘 표현한다.

 

이를 통해 '달 경제'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달을 기지 삼아 화성에도 인류를 보낸다는 게 아르테미스의 큰 그림이다.

 

잠깐 들렀다 오는 달 방문이 아닌 달 거주를 위해서는 아폴로 계획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한 가지가 바로 우주복이다.

 

아폴로 계획 때의 우주복이 달 방문을 위한 옷이었다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승무원들이 입어야 할 우주복은 달 탐사를 넘어 생활까지 가능한 옷에 가까워야 한다.

 

미 텍사스주(州) 휴스턴에 있는 NASA의 존슨 스페이스센터 내 생체의학 연구·환경과학(BR&ES) 디비전의 김경재(40) 데이터 엔지니어는 바로 이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다.

 

NASA는 우주왕복선의 선외 활동을 위해 개발한 우주복인 EMU(Extravehicular Mobility Unit)를 대체해 우주 탐사와 개척에 쓸 우주복 xEMU(Exploration Extravehicular Mobility Unit)를 개발하고 있다.

 

김 박사는 "EMU는 제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옷이어서 실제 달에 거주하고 탐사하기엔 부족함이 있다"며 "xEMU는 달을 본격적으로 탐사하기에 최적화된 우주복"이라고 설명했다.

 

xEMU는 2024년 달에 갈 우주인은 물론 장차 화성에 갈 우주인에게도 적용된다. 또 그동안 EMU가 남성 우주인 위주로 제작됐다면 이번에는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위해 여성용도 만들어진다.

 

김 박사는 "'마션' 같은 영화를 보면 우주복이 유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단한 풍선을 입고 움직이는 것과 같다"며 "팔도 위·아래로밖에 못 움직이고 필요 이상의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제로 우주인들이 임무 수행 중 우주복으로 인한 근골격계 부상을 많이 당한다"고 말했다.

 

또 "우주복에는 기본적으로 산소 공급, 이산화탄소 제거, 그리고 온도·압력 유지를 위한 생명유지장치가 단단한 상체 프레임에 고정돼야 하기 때문에 작은 가방을 멘 듯한 영화 속 우주복은 실제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폴로 16호 우주인이 달에서 월석을 채집하는 영상을 보면 넘어진 우주인이 일어나기 위해 브레이크 댄스를 추듯 양팔로 땅을 짚은 뒤 폴짝 뛰어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주복을 입은 채로는 관절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이런 불편함은 기존의 우주복이 전문적인 탐사 활동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 우주복은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의 고장 수리뿐 아니라, 우주기지 건설, 암석 채취 같은 다양한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된다. 장기간 입고 활동해도 부상이나 신체 이상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를 위해 지질학자나 정비공, 건설 작업자 등의 몸에 센서를 붙여 이들의 동작과 근육의 움직임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김 박사는 우주인들이 건강과 근육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적정 수준의 운동량을 과학적으로 결정하고, 호흡의 결과 우주복 안에 생긴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해 이를 적절히 밖으로 배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박사는 "새 우주복과 관련해 모두 7∼8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유학파 출신 과학자가 아닌 순수 '국내파'다. 전공이 우주과학도 아니다. 세광고를 졸업한 뒤 한양대 전자공학과에서 신호처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까지 마쳤다.

 

김 박사는 "전공을 마친 뒤 제 전공으로 사람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며 "그러다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뇌졸중 환자의 재활치료 과제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가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이 과제를 마친 뒤 미 마이애미대 물리치료과에서 신호처리와 재활의학을 접목한 박사후 과정을 밟았고 그러면서 웨어러블 센서를 이용한 재활치료와 부상 예측을 독자적인 전문 영역으로 구축했다.

 

NASA와의 인연은 존스홉킨스대 의대와 함께 수행한 연구가 맺어줬다. 김 박사는 심해라는 극한 환경에서 2∼3주만 임무를 수행해도 인체의 감각과 운동 능력이 퇴화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김 박사는 "우주에 오래 나갔다 온 사람들이 감각이 무뎌지고 근 손실이 일어나며 뼈가 약해진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며 "이 연구를 통해 뼈와 근육이 손실되기 전부터 인체의 감각운동계에서 이미 능력이 퇴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파 박사로 미국에서 연구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당연히 힘들었다"면서도 "저만의 연구 철학과 관점을 가지고 준비했을 때 연구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