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한숨 돌린 美…막후 역할론 주목

연합뉴스 | 입력 11/22/2019 10: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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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한국 비판하던 美, 최근 일본도 '압박'하며 적극 역할 시도
한미동맹 균열 우려 낮추고 산적한 현안에도 긍정적 작용할듯

 

한국이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함에 따라 그동안 지소미아 유지를 줄기차게 압박해온 미국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에서 지소미아 문제에 관한 한 여야를 초월해 '유지' 강경론이 압도적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소미아 종료시 미국의 강한 반발 속에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 게 사실이었다.

 

중장기적으로도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간 다른 현안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의 전격적인 결정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막판까지 한일을 오가며 꺼져가는 지소미아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미국의 역할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이 지소미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 문제를 단순한 한일 갈등 사안을 넘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훼손시키는 안보 문제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주변 동맹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정책의 최대 근간으로 삼았다.

 

이런 맥락에서 지소미아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묶어줄 상징적 고리이자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실질적 성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물론 미국이 일제시대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조치 등 일련의 과정에서 한국이 지소미아 문제까지 건드린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대법원 판결에 이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과거사에 기반한 역사 갈등의 맥락에서 본다면,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의 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안보 전략의 핵심축을 훼손한다고 인식한다는 데 근본적 차이가 있었다.

 

미 하원이 지소미아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9월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상원도 21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발표


한국이 비록 언제든 지소미아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조건부이긴 하지만 종료를 연기키로 전격 결정한 데는 미국의 역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8월 한국의 종료 결정 이후 한국을 집중 겨냥해 지소미아 복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일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를 둘러싼 양국 간 논란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일단 지소미아 문제만큼은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실제 효력 상실까지 남은 3개월 기간에 이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국과 일본이 예상외로 원칙적 입장을 완강하게 주장해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중재하지 않지만 관여는 한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혀온 미국은 어느 순간부터 일본을 향해서도 타협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라는 압박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10여일 전부터 한국 측 입장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일본에도 입장 변화를 이야기한 흔적이 있다"며 미국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탓인지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15일 "해군의 비유로 오랫동안 뱃머리가 내려가고 있었지만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한일관계 기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21일 한일 양국 모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한일 양국을 향한 촉구성 발언을 내놓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관련 한미일 입장차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9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22~23일 열리는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명분이었지만 사흘이나 일찍 일본에 도착한 것이어서 현지에서 모종의 역할 모색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특히 스틸웰 차관보의 이번 방일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말부터 이달초까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을 하고 돌아간지 열흘여 만이기도 하다.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부합한 이번 한국의 결정은 지소미아 문제가 불거진 후 한국을 향해 제기된 부정적 인식을 낮추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인 만큼 양국 공조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산적한 다른 외교·통상 현안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무엇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지소미아까지 종료될 경우 미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 게 사실이다.

 

수입자동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25% 관세 부과 여부 문제나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한국이 참여해 달라는 요청 등도 한미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